밝고 쾌활한 분위기의 스페인과는 달리 포르토는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도시를 감싸고 있어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었다.
포르토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시라 개발이 어렵고 주민들 또한 신시가지로 많이 옮기고 있어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머무는 구시가지는 빈집이나 관리 되지 않은 건물이 즐비했다. 그래도 포르투갈의 상징과도 같은 아줄레주가 이 도시에 수채화를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 포르토 곳곳의 아줄레주
물고기와 제비 형상의 기념품이 많았다. 이제 와서 또 하는 말이지만 '비싸지도 않은데 몇 개 살걸..'
이렇게 바닥에 깔린 타일, 너무 예쁘다.
포르투갈어로 씌인 윌리엄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이번 여행에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된 <달과 6펜스>를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 서점 직원들은 책을 구해주려고 다른 지점도 검색하는 등의 노력을 해주었지만 영어판 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스페인 청소년들의 권장 도서가 아닌 것인가..
그래서 포르투기쉬로 된 <달과 6펜스>구입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산책 중 남편이 어딘가 쓱 들어가 한참 있다 나오더니 포르투갈어로 된 <달과 6펜스>를 건네주는게 아닌가.
무슨 말인지 단어 하나도 읽을 수 없지만 어쨌든 나의 <달과 6펜스>.
- 도오루 강변
이곳 포르투는 포트와인으로 또 유명하다.
동루이스1세 다리를 건너면 타일러, 샌드맨 등 여러 와이너리에서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 전부터 와이너리 투어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포트 와인을 몇 번 맛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마치 와인에 소주를 탄 것 같은 맛에 달기까지.. 그래서 포르토에서는 항상 노멀 와인 있냐고 물은 후 식당에 들어 갔다. 위 사진의 와인도 당연히 노멀 와인이다.
포르투갈의 성모마리아상과 예수상은 스페인의 분위기와 많이 달랐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의 고통이 좀 더 리얼하게 표현됐달까..
아파트 근처의 식당에서 치킨을 포장해왔는데 왠걸, 너무 맛있어서 '이곳의 치킨의 나라입니까?'를 연발하며 신나게 뜯었다. 먹다보니 뼈 근처의 살이 좀 덜 익었길래 그쪽은 빼고 먹었는데 다음 날 남편이 몸에 약간의 가려움이 있다고 했다. 포르토를 떠나는 날 아침에는 등쪽에 붉은 반점들이 생겼는데 가벼운 두드러기인 것 같아서 마지막 도시인 리스본에서는 일단 푹 쉬기로 했다.
너무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대구요리, 커피와 빵이 일품이었던 포르토.
그러나 내 블로그니까 솔직히 말하면, 포르토는 남편과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올드하다 못해서 너무 낡은, 재개발 분위기의 골목길이 정감 간다고 쉽게 말할 순 없었다. 사진 찍기에 한참 몰두하던 시절 낡은 동네에 출사를 다녀오고선 불편한 마음에 다시는 그런 곳에 사진을 찍으러 가지 않았는데 조금 그때의 기분이 들었달까.
과거 화려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건물들 조차 대부분 관리가 되지 않아 이끼가 가득했고 공기도 너무 습해서 남편 몸의 두드러기가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여행의 후반이라 지친 탓에 포르토의 아름다움을 남들처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국에 돌아 오고 나서도 포르투갈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이 글을 쓰느라 사진을 보니 새삼 포르토가 이렇게 예뻤구나 싶다.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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