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를 떠나 세비야로. 이동은 렌페(기차)로 했는데 좌석이 열리자 마자 예약을 해서 저럼하게 샀다.
이번 여행에서 가격 차등이 적용 되는 렌페나 알사 버스 모두 좌석 오픈 후 바로 저렴하게 구입했다.
물론 이런 티켓은 다른 시간으로의 변동은 물론이고 취소 환불이 되지 않는다.
도착한 날은 날이 흐려지더니 저녁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여행 중 비가 내리면 불안하기 마련이지만 세비야는 그렇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골목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스페인 여행 내내 즐거움을 주었던 내 사랑 엘꼬르떼 잉글레스.
처음엔 술 구경하다가 그 다음엔 각종 식재료에 넋이 나갔다. 우리가 묵은 숙소들 중 반은 취사가 가능했기에 이런 백화점이나 마트, 시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엘꼬르떼에서 고로케, 샐러드와 맥주를 사서 바로 앞 작은 공원에서 점심 먹기.
세비야에서는 이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행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
세비야에서 4일을 묵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중심가인 세비야 성당을 벗어난 곳에 숙소를 선택했다.
매일 느즈막히 일어나 근처의 카페에서 desayuno(조식)를 먹었는데,
빵!!!
내가 크로와상은 좋아하지 않는다.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음식은 기피하는 지라 크로와상도 그 중 하나인데, 유럽의 빵은 마른 각질 처럼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아닌, 부드러운 껍질의 느낌이다. 속의 빵은 쫄깃하고.
대성당 탑에서 바라본 세비야 전경.
솔직히 세비야 대성당은 그저 그랬다. 너무 크고 관광객이 많아서 성당 보다는 박물관 느낌이랄까.
근처의 살바도르 성당과 대성당의 통합권을 사면 세비야 대성당은 긴 줄을 사지 않고 입장이 가능한데(가격은 동일) 살바도르 성당이 우리는 더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왕좌의 게임>에서 도른 왕국의 촬영지인 세비야 알카자르 왕궁.
알함브라의 축소판라고 해서 조그맣겠거니 했는데 구경하는데만 3시간 넘게 걸렸다.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바로 소매치기.
각양 각색의 소매치기 후기에 잔뜩 겁을 먹은 나는 복대는 물론이고 평생 메본적 없는 촌스럽기 그지 없는 크로스백까지 준비했지만 이쁜 것은 포기 못하겠기에 소매치기 방지용 나만의 에코백을 제작했다.
겉에서 보기엔 평범한 에코백이지만 입구에는 자크를 달아서 손을 쓱 넣는 것을 방지하고, 물건을 찾을 때 번거롭지 않도록 이곳 저곳 주머니를 달았다. 또 천 고리를 만들어서 지갑과 카메라는 긴 끈으로 연결을 해두었다.
소매치기 예방에 애를 쓰는 나를 비웃으면서도 내 부탁대로 남편도 바지 벨트에 카메라 줄을 연결하고 백팩에는 작은 자물쇠를 달고 다녔다. 이런 준비 만으로 우리는 여행 동안 소매치기는 구경도 못했고 급기야 '소매치기는 대체 누가 당하는 거지?'라는 말까지 나왔다.
플라맹코.
대단했다. 1시간의 공연이 너무 짧았다. 플라맹코를 세비야의 마지막 밤에 본 것이 너무 아쉬웠다.
첫날 봤으면 아마 매일 밤 여러 공연장에서 플라맹코를 관람했을 텐데. 여행 전 예습삼아 찾아 보았던 스페인 다큐멘터리나 꽃할배에서 보았던 플라맹코와는 전혀 다르다. 이것이 현장의 모습이겠지.
기타연주, 노래, 선율 그리고 춤 모두 대단한 에너지를 분출해 낸다. 솔직히 말하면 그 기운에 감동받아서 좀 울컥했다.
세비야의 플라맹코가 아쉬워서 이후 그라나다에서도 플라맹코를 보았는데 나는 세비야 쪽이 '조금' 더 좋았다.
아.. <La Chala>의 뿔뽀!
문어가 이렇게 맛있다니.. 후에 포르투갈에서 먹은 문어요리도 훌륭하지만 나는 이곳의 문어가 훨씬 맛있다.
포르투갈의 뿔뽀가 이게 문어인가 싶을 정도로 두부같이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한다면 라찰라의 문어는 문어 본연의 질감을 적당히 선사하면서 풍부한 느낌도 가득. 너무 맛있어서 우리는 피곤한 와중에도 와인을 또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종업원들도 너무나 유쾌해서 우리는 다음 날 요리가 아닌 음료만 마시기 위해서 들르기도 했다.
마드리드에서 여행의 긴장감을 가지고 넘어온 세비야에서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
[2016/스페인] 아기자기한 발렌시아 Valencia (0) | 2016.05.17 |
---|---|
[2016/스페인] 풍성한 그라나다 Granada (0) | 2016.05.09 |
[2016/스페인] 첫번째 도시 마드리드 Madrid : 올라! (0) | 2016.04.12 |
---------------- KRABI in Thailand ---------------- (1) | 2012.12.28 |
[2012/Krabi] Mercure Krabi Deevana : 머큐어 주방장께 감사 인사를! (3) | 2012.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