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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해 별 관심없었는데 작년 이맘때쯤 우리 동네의 길고양이 한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다가서면 도망가는 애들과 달리 이 녀석은 출근길엔 양지바른 곳에 앉아 '돈 많이 벌어와라'하는 표정으로 종종걸음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누가 옆에 지나가던 아랑곳 않고 팔자좋게 늘어져 해바라기를 하곤 했다. 잠은 슈퍼옆의 에어컨 위에서 잤고 사람들이 지나가다 '아 고양이다'하면 기분좋게 그르렁하며 애교를 부리는, 참 한국의 고양이 같지 않은 고양이었다.
어느날 나도 아는 척 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서 '안녕?'했는데 폴짝 앞에 와서 다리에 몸을 부비며 야옹거린다. 별 생각없이 '따라 올래?'했는데 집앞까지 왔다. 집에 들일 순 없어 미안하지만 이제 가라고 했는데 그 후로 녀석을 볼 수 없었다. 며칠씩 안보이던 때가 종종 있었는데 쭈욱 계속.
아직도 퇴근 길이면 고양이가 있던 자리를 본다. 어딜 갔을까. 참치캔이라도 뜯어주고 한번 쓰다듬어 줄걸,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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